눈오는 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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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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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물 소리도 멎은 밤,
눈 오는 소리는 살란(蘭)피는
소리보다 곱다.
이따금 순백(純白)의 선율로 내리는
눈이 법당(法堂 )앞 댓돌 위에 소복 소복 쌓이고
스산히 씻기는 바람소리는 귀를 더욱
맑게 한다.
극락전(極樂殿)을 돌아 동백 터지는 소리가
맑게 들리고
심중(心中)에 구겨 넣은 번뇌(煩惱)가
저절로 터져 한 장의 백지로 흘러내린다.
가벼워진 마음에도 눈이 내린다.
그지없이 평온한 반야경(般若經)이 뚫리는 지금
내가 가 닿아야 할 견성(見性)의 불꽃은 손가락
끝마다 숯불처럼 뜨겁다.
오욕(五慾)이 후둑 후둑 떨어져 간 저 산 아래로
내가 버린 발자국 소리가
하얗게 빛나고, 깊이 잠 든 중생(衆生)의
꿈이 서역(西域)을 돌아 저마다
부처님의 얼굴로 내려온다.
곱게 단 동정끝에 떠오르는 미소는 마음
속을 스쳐 어디로 가는가.
놋주전자에서 밤새 설설 끓는 솔잎차는
그대로 공양(供養)으로 올라가고
이따금 떨어지는 적막은 정일품(正一品)이다.
뜰 아래로 내려와 한 모금 축이는 입술에
스르르 감전되는 오도(悟道)
아~~ 이 순간,
마음에 남은 한 장의 백지마저 날아 버리고
빈 공간으로 차 오르는
법열(法悅)의 눈만이 하염없이,
하염없이 내리는구나.
눈 오는 산사에서/ 김종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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