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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오는 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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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1-22 00:00 조회8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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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물 소리도 멎은 밤,


눈 오는 소리는 살란(蘭)피는

소리보다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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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순백(純白)의 선율로 내리는


눈이 법당(法堂 )앞 댓돌 위에 소복 소복 쌓이고

스산히 씻기는 바람소리는 귀를 더욱

맑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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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전(極樂殿)을 돌아 동백 터지는 소리가

맑게 들리고

심중(心中)에 구겨 넣은 번뇌(煩惱)가

저절로 터져 한 장의 백지로 흘러내린다.

가벼워진 마음에도 눈이 내린다.


그지없이 평온한 반야경(般若經)이 뚫리는 지금

내가 가 닿아야 할 견성(見性)의 불꽃은 손가락

끝마다 숯불처럼 뜨겁다.


오욕(五慾)이 후둑 후둑 떨어져 간 저 산 아래로

내가 버린 발자국 소리가

하얗게 빛나고, 깊이 잠 든 중생(衆生)의

꿈이 서역(西域)을 돌아 저마다

부처님의 얼굴로 내려온다.


곱게 단 동정끝에 떠오르는 미소는 마음

속을 스쳐 어디로 가는가.

놋주전자에서 밤새 설설 끓는 솔잎차는

그대로 공양(供養)으로 올라가고

이따금 떨어지는 적막은 정일품(正一品)이다.


뜰 아래로 내려와 한 모금 축이는 입술에

스르르 감전되는 오도(悟道)

아~~ 이 순간,

마음에 남은 한 장의 백지마저 날아 버리고

빈 공간으로 차 오르는

법열(法悅)의 눈만이 하염없이,

하염없이 내리는구나.


눈 오는 산사에서/ 김종목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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